영국에 가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내 방이었을 로보트 블루 벽지로 도배된 모퉁이 방
그 동안 공용공간으로 쓰이다가 이 짐 저 짐들을 들어내고 내 책과 옷과 기타 짐들로 채워간다
쓰지 않을 물건들을 정리해서 버리고 차곡차곡 모아왔던 문서 자료들을 들추어 보며 보관할 것과 아닌 것들을 분류 중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음을 새삼 깨달아
한국에 온 지 이제 거의 이 주가 다 되어 가는데 단 하루도 정신없지 않았던 날은 없었던 듯하다
하루에 한 두 건씩 꾸준히 약속이 있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또 다른 바쁜 한 주가 남았다
나를 되돌아 보고 어떤 식으로 앞으로의 삶을 꾸려나가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던 계획은 그 사이 여러 동강이 나버렸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시원한 도서관 자료실에 틀어박혀 마인드맵이라도 그려보고픈 충동이 일어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는 걸
나 이대로 괜찮지 않은데 말야
8월 한 달은 나도 전화기를 무음으로 돌려 놓은 채 자중모드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열대어 두 마리가 사는 어항에 물 흐르는 소리만 정적을 깨운다
아, 타자 치는 소리도.
일단은 마무리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