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울증이 또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 준비.
파아란 하늘을 못 보고 살아서 그런가...
매일매일 한 번 또는 두 번 이상 건너 다니는 동작대교는 늘 아련한 감회를 갖게 해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조금 더 제대로 이야기 하자면 동작대교라기 보다는 한강변과 강북과 강북을 잇는 여러 대교들.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짠하고 아련하고 싱숭생숭하고 그리움 같기도 하고 암튼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되어 저릿해져.
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게 맞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잘 하는건 재미가 없고 못 하는건 덜컥 겁부터 나서 움츠러 든다.
뭐 하는 짓인지.
어제는 넓지 않은 스폰지 중앙 6관에서 나홀로 관객이 되어 영화를 보았다.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1층과 2층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관객들이 들어차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애자를 관람하거나 또 다른 영화의 관람객이었던 거다.
시간이 되어 상영관 앞에 갔더니 표 받는 사람도 없고 내가 앞을 서성이자 경비 아저씨가 오셔서 티켓팅을 해 주셨다.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어 주시고, 설마 하며 기다렸지만 끝까지 아무도 들어서지 않더라.
그렇게 나홀로 관객이 되어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를 귀 아픈 사운드와 함께 보았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대하는 나로서는 또 한 번 무한대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어두컴컴한 곳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더랬다. 약 130분 동안.
그저께는 낯선 이들과 함께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호모루덴스컴퍼니의 마임 공연을 보았다. 좋았다.
특히 너무너무 잘 만들어서 보고 있기만 해도 손발이 저릿해오는 나이 드신 분들의 얼굴 가면은 심장을 툭툭 치더라.
과천에서 거의 초연이나 다름없이 공연을 했었다는데 그 당시 인턴이었던 나는 왜 못 봤을까? 좋았는데.
그그그저께는 효양이 급바뀐 소개팅 날짜로 펑크를 내서 모군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스프링어웨이크닝을 보았는데 그냥저냥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놓고 전달하니까 이해하는 거야 어렵지 않았고 배우들의 모자란 역량이야 이미 감안하고 들어갔던 거였는데 그래도 다른 뮤지컬들에 비해서는 실력들이 괜찮았기에 뭐... 그냥 자꾸 영국에서 보았던 레미제라블의 배우들이 생각나서 아쉬웠던 정도? 내 돈 8만원을 주고 갔더라면 땅을 쳤을지도 모르나 가장 쓸만한 자리에서 공짜로 보았기에 뭐.
금주 선언을 한 지 이틀만에 꼬임과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라는 타이틀에 져서 결국 소주를 기울였다. 늘 그렇지.
되도록이면 자제를 하려고 이리저리 술자리를 피하고는 있는데 어찌된 게 자꾸 생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피해야지.
남미에서 건너온 소식. 그녀는 여전히 건강하고 생기에 넘치는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