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줄 꼬기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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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아주 어렸을 때는 새끼줄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새끼줄을 꽈 보기도 했다. 요렇게 밟아줘야 한다. 지푸라기를 몇 줄 집어 발로 밟은 다음 왼손에 지푸라기를 잡고 오른손을 대고 한쪽 방향으로 밀어가며 꼬아준 다음 지푸라기를 계속 연결해 또 꼬아주면 되는 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어쨌든 새끼줄을 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지푸라기를 발로 밟아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널려 있는 지푸라기를 보고 무턱대고 새끼줄을 꼬려고 하면 막막할 따름이걸랑. 기준을 잡는 다는 것… 정신없이 흩어져 있는 물건을 한데 가지런히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운동장에서 제멋대로 흩어져 놀고 있는 학생들 중에 한명을 불러세워 “기준!” 하고 외쳐주면 그 학생을 기준으로 좌우로 줄맞춰 서는 건 시간문제다. 학생 수가 몇 명이건 (또는 군바리 수가 몇 명이건) 발맞춰 운동장이나 연병장을 돌 수 있는 것도 누군가 기준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삐리들한테 군사훈련을 시키던 시절에 향도라고 해서 깃발 들고 기준을 잡아주는 학생이 있었다. 대부분 키큰 넘들이 하는 짓이라 난 한번도 못해봤다. 사람을 망망대해에 똑~ 떨어뜨려 놓았을 때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중 하나도 방향을 잡는 거다. 영화 Open Water 처럼 식인상어들에 둘러 쌓여 있는 이 따위 상황이라면 걍 조용히 기도나 하는 게 상책이겠지만… 나침반 없으면 허허벌판이나 망망대해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테니까… 뭔 소리를 하고 싶어서 이 따위로 썰을 풀까 갸우뚱 할 지 모르겠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기준이 되는 지푸라기를 발로 밟지 않으면 새끼줄을 꼴 수 없듯이, 기준이 되는 학생이 없으면 줄이 엉망이 되듯이, 허허벌판이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이 없거나 방위를 알 수 없으면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듯이… 말이라는 것도 썰을 풀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되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거다. 영어 원고임에도 굳이 영어라고 하지 않고 ‘말’이라고 하는 이유는 심지어 우리들 모국어인 한국어로 썰을 풀때도 적용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 카메라 앞에서 두어번,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인터뷰를 해본적이 있지만 영어나 우리말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 말 없으면… 그러니까 기준이 되는 지푸라기가 없으면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지난해 한 대기업 면접시험에서 느닷없이 영어로 ‘오비이락’을 설명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 보자. 딱 30초 주겠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오비이락 함 설명해 보시라. 똑딱...똑딱...똑딱... 30초 땡! 제대로 말되게 설명한 사람? 내가 처음 한 인터넷 신문에서 이 기사를 읽었을 때 든 느낌이었다. “우리 말로는 뭐라고 할건데?” 더 재밌는 건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오로지 영어 얘기밖에 없다. 웬 영어 잘하는 초인이 있어 시원스런 답을 주기도 했다. Two seemingly unrelated events coincide as if causally related. 모두들 즐거워하며 외워뒀을 거다. 그런데 다음해에는 다른 엉뚱한 말이 나오면 또 어떨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이런 말이 나오면 열심히 찾아본다. 어느 사전을 봤더니 이렇게 나온다. The devil take the hindmost. 그럴듯하다. 악마란 놈이 맨 뒤에 쳐진 놈을 잡아간다는 것 같으니까... 실제로 이렇게 1:1 대응 시켜놓은 사전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의미가 전혀 다르다. Everyman for himself, [let] the devil take the hindmost. 이 말을 줄여 하는 건데 오히려 ‘너나 잘 하세요~ 남 신경쓰지 말고~’ 에 해당한다. 이기적으로 남이야 어떻게 됐건 내 몸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거다. You’ve got to be tough to survive in this business. Grab what you can and let the devil take the hindmost. 사실… 저런 말을 외워서 할 수 있다고 해도 내가 면접관이라면 아마 점수를 주지 않을 거다. 외운 게 티가 나니까. 세상 모든 표현을 이런 식으로 1:1로 외워둘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질문의 의도는 '오비이락' 같은 언뜻 당황스런 표현에 대해서도 영어를 쓸 수 있는 소양이 돼 있나를 보자는 거였을 거란 말이다. 망망대해에 나침반도 없이 조각배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니면 황량한 들판에 어둠이 내리는데 어디가 사람이 사는 인가 쪽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방향을 잡는 일이란 말이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한 방향을 정해서 움직여야 할 테니까 말이다. 말을 하고 글을 쓰기 위한 소양은 바로 무수한 표현을 외우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나침반을 볼 수 있는 연습을 하는 데서 나오는 거다. 말하기 또는 글쓰기 연습이 잘 안돼있으면 대부분 “I…”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들기 십상이다. 왜 그럴까? 무의식중에 “I”를 주어삼아 나침반을 삼는 거다. I think… I think that… 하지만 이 정도 나침반으로는 호수공원쯤이면 몰라도 ‘오비이락’ 정도의 망망대해를 여행하기엔 역부족이다. 아무리 복잡한 말하기나 작문이라도 일단 새끼줄 꼴 때 처럼 발로 밟아줄 기준 지푸라기를 잡는 게 먼저다. 그래야 줄줄이 꼬아 나갈 거 아닌가. As far as I know, that expression is used in a situation where…two events occur … which might lead people to believe that they are somehow related but…in fact… they have nothing in common… For example…. Here goes a real life example of the expression ‘오비이락’… You sneeze in front of a picture in an art gallery, and that picture comes off the wall. What would other people think? That would put you in a real awkward situation. I mean… 이렇게 시작하면 겉보기엔 처음에 나온 표현보다 멋있을 게 없지만 영어 말하기 시험의 주안점은 말의 흐름(flow)이기 때문에 얼마나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나갈 수 있느냐를 보는 거지 누가 멋진 표현을 외웠느냐가 아니다. 나침반을 잡고 한 방향으로 꼼지락거려 움직여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As far as I know, that expression is used in a situation where…(제게 알기로는 그 표현은 ~하는 상황에서 사용됩니다.)’가 발로 밟고 있는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오비이락이 아니라 어떤 표현에 대해 영어식으로 설명을 하라고 해도 이 지푸라기가 있으면 줄줄이 사탕으로 말을 꼬아나가면 된다. 게다가 지푸라기가 조금 길어서 이 말 하면서 앞으로 꼬아나갈 말을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도 있게 된다. 우리가 우리말로 썰을 풀 때도 하는 짓이다. 그래서 영어의 흐름 즉, flow를 보는 시험에서 유용한 방법이다. ‘For example’이나 ‘Here goes a real life example of the expression(실례를 한가지 들어보면요.)’같은 표현도 중간 지푸라기 역할을 한다. flow를 엮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길잡이인 셈이니까. 물론, 오비이락이 등장한 시험에서 저런 지푸라기 또는 나침반들이 생각 안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시험이 끝난 다음 실수에서 배워야 하는데 여전히 오비이락에 딱 맞아떨어지는 영어 표현을 찾는 뻘짓을 반복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단 말이다. 오비이락, 영어로 ‘외워둬서’ 뭐하겠냐는 말이다.
![]() 레고 블록을 그냥 무더기로 던져주면 뭘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탈 것 세트나, 건물 세트 등의 경우는 기본 뼈대가 제공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 블록을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바퀴가 달린 밑판이 기본으로 제공되면 탈 것을 만들면 되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바닥이 있다면 집 같은 건물을 지으면 되니까 말이다. 이런 뼈대라는 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필요하다. 영어로 말하고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른다는 건 많이 보고 들으면서 이런 밑그림을 차곡 차곡 쌓아두고, 그 밑그림에 줄줄이 사탕을 엮어가는 능력을 다지는 거란 말이다. 세상에 무수히 널려 있는 가변적인 상황과 개념들을 모두 영어로 외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예를 들어, 말이라는 게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가장 쉽게 풀리니까 경험을 해보지 못했더라도 경험을 한 것처럼 소설을 써볼 수도 있다. 소설 쓰는 밑그림을 만들어 두고 연습을 해뒀다면 말이다. Well, a couple of months ago, I found myself in a situation where one might use the expression ‘오비이락’… I was standing behind a small garbage can in a parking lot… and… all of a sudden… the garbage can caught fire. I was so embarrassed since everyone there turned and stared at me…but I had seen someone toss his cigarette butt into the garbage can, who was gone when it caught fire. I should have yelled ‘오비이락’ right at that moment. 물론 두달전에 실제로 저런 일 있었다는 거.. 구라다. 그냥 틀을 만들어두고 새끼줄 꼬아 나가는 거다. 오비이락 시험 문제에서 배워야할 건 바로 이런 기준이나 틀을 잡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야 의미가 있다. "'오비이락'을 영어로 뭐라고 하지?" 열라 영어 잘하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인터넷 뒤지고... 해봐야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까놓고 얘기해서 영어 잘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그네들도 인터넷 뒤지고 짱구 굴리고 그래서 답을 주는 거지 툭 치면 오비이락이 영어로 술술~~ 이딴 거 아니다. 나라도 찾아보고 다듬어서 답해준다. 정신 차리고 살자. 오비이락 우리말로 풀어 달라고 누군가 게시판에 질문하면 한국어 원어민인 당신은 어쩌겠는가? 십중팔구 찾아보고 말 다듬어서 답할걸? ^^ 그럼 저런 멋들어진 영작이 인터뷰에서 술술 나올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란 말이다. 그럼 또 이런 의문이 든다. 우리말을 영어로 작문하는 경우는 기준점이 확실하지 않느냐… 과연 그럴까? 우리말 원문이 있어 그걸 영어로 옮기는 것이나 처음부터 영어로 썰을 푸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컴쟁이들이 써먹는 파이프라인이라는 걸로 풀어보면 달랑 한 단계 파이프가 추가될 뿐이다. 뭔 소리냐고? 갑자기 산책이 하고 싶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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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말하기는 여전히 내게 너무도 어려운 주문이다.
생각한 것을 멋들어지게 표현해 낸다는 건 한국어로도 너무 어려운걸 하물며 영어로는...
그.러.나. 그녀는 해내야한다 ㅠㅠ
관광공사는 논술이랑 영어 프리젠테이션도 있거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