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life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nobadinosemi.
2007. 8. 20. 17:37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입" 중에서
<질투는 나의 힘> 문학과 지성사(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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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게 참 부질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적게는 수백개에서 많게는 수십만개에 이르는 단어들을
소리로, 또 글로 쏟아낸다.
가끔 뱉은 말글들이 너무 구질구질하고 구차해서 땅 속으로 숨고 싶을 때가 있다.
햇빛 없는 사무실, 이 더운 한여름 싸늘한 공기에 다들 옷을 덧입고 추위에 떤다.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바보가 된 것 같다.
짓누르는 결핍.
이번 주도 스케쥴이 꽉 찼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난다고, 정신없이 바쁘다고 그게 채워지니?
덧.
모든 인간은 그가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라
-괴테 '파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