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life
reign over me
nobadinosemi.
2008. 4. 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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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고를 때 기준은 제목 그리고 스틸 사진.
대개 시놉은 읽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흐르는 대로 알고 싶어서.
이 영화는 제목만으로 선택.
사실 제목도 rain over me 인 줄 알았는데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레인 오버를 검색하고서야 reign임을 알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포스라.. 오랜만이었다.
스쳐 지나듯 언급되는 비행기 사고.
보스턴발 비행기.
첫 장면에 개선문 비슷하게 생긴 것이 등장해서 파리인 줄 알고 봤는데 아마도 영화의 반이 지나서야 배경이 뉴욕이라는 걸 눈치챘다. 보는 내내 불어는 하나도 안 나오고 모두들 영어를 쓰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고, NYPD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처음으로 마주한 장면의 개선문 아닌 개선문 덕분에 파리라고만 생각했어. 영화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라 직접적으로 911을 언급할 때까지 난 비행기 사고가 911을 의미하는 줄 몰랐다. 바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남겨진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내가 안 좋아하는 나라니까, 나랑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방글라데시에서 홍수 피해가 엄청 나서 수백만이 목숨을 잃은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인도, 파키스탄에 강진이 나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그냥 그렇게 안 됐다... 에휴, 지구가 정말 종말하려나와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와 함께 조금의 동정을 느꼈을 뿐.
얼마전 김아타의 책에서 911이라는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다는 뉴욕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 그런 가보다 했을 뿐.
그래서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고 하고 싶다.
단지 내가 둔해서 또는 멍청해서 눈치를 못 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911을 언급해서 불편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했을 뿐 아니라 주인공이 입은 상처를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만들어 주더라.
조금씩 조금씩 내면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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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까지 흩날리던 눈이 그치고, 10cm가 넘는 눈꽃을 피웠던 나무가 새파란 빛을 띈 채 바람에 흔들린다
이제 눈이 내렸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잠깐 비친 햇살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한 잔디밭의 모습에 자칫 비가 왔었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을 터였다.
내리는 눈을 직접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사무실이 춥다는 핑계로 거실에 앉아 아침부터 꼼짝도 안 하고 줄창 영화만 보고 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조금 있으면 또 다시 어둠이 밀려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