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life

stress free day with stress

nobadinosemi. 2009. 3. 8. 07:50


오전 11시 Jennifer양과의 미팅으로 시내로 나가는 길
늘 멀쩡하던 지하철 역이 문을 닫아 주시고(런던에서 주말에 지하철 탈 땐 꼭 확인하고 나가야 하는 것을 -_-)
내렸던 버스에 다시 올라 윔블던 스테이션까지 가서 지하철 타심 -.-

늘상 먹는 한식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해 먹지 않는 콩나물국밥을 먹고
언제 가도 너무 좋은 서점에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케익도 먹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Steve Mccurry아저씨의 친필 사인이 든 사진집과 다른 책 한 권 구매.

5시 반에 만나기로 한 제니퍼와 그녀의 남자친구
런던브릿지를 못 찾고 사정없이 시내를 헤매다 가까스로 여섯시경 도착하니 그녀의 남자친구의 룸메도 있더라.
점심에 이어 기네스 2파인트를 또 염치도 없이 얻어먹고 그녀의 삼촌이 사진작가라고 해서 나중에 소개받기로 약속했다아~ ㅎ
뭐, 그 사이 조금 늦을거라고 전화했을 때 볼모의 훈계조 말투가 거슬려서 저녁은 마다하고 집으로 왔지만...
여덟시가 안 되어 지하철을 탔는데 뱅크 역에서 디스트릭트 라인이 또 닫힌 탓에 둘러둘러 왔더니 10시 반이다-;


그래도 오늘은 맘껏 수다 떨고 보고싶었던 책도 사고 맥주도 마시고 기분 좋은 날






더 훈훈한 건 워털루 브릿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인데 오나전 감동 ㅠ_ㅠ

런던 버스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내가 탔을 땐 짐이 실린 유모차와 쇼핑박스를 든 아주머니가 그 곳에 있었더랬다.
몇 정거장 안 가서 휠체어에 탄 할머니 한 분이 버스 정류장에 기다리고 계셨는데
공간이 꽉 찬 걸 보시고선 다음차를 타기로 마음을 먹으신 듯 했다.
운전기사도 좌석에서 나와 공간을 보더니 안 되겠다고 하며 운전석으로 돌아갔더랬다
갑자기 내 옆에 서 있던 아기를 안은 젊은 아빠가 쇼핑박스를 든 아줌마에게 비켜달라고 요청을 하고서
할머니에게 버스에 오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유모차 때문에 아무래도 공간이 비좁았더랬다
그래서 할머니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다음차 타겠다고 하더라
젊은 아빠가 맨 뒷좌석을 바라보며 아내에게 유모차 갖고 내리는 게 좋겠다고 아내를 불렀고
아내는 네 생각이 옳다며 유모차를 갖고 내렸는데, 그 순간 버스 기사 아저씨가 뒷문을 닫고 출발하려는 것이다.
일순간 좌중에서 야유가......

결과적으로 젊은 아내는 유모차를 갖고 내리고 다음 차를 기다리게 되었고
아기를 안은 젋은 남편은 버스를 타고 먼저 가게 되었으며
휠체어를 탄 할머니는 안전하게 버스에 승차해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더랬다.


와아.. 정말 이래서 선진국이란 말을 듣는거구나 싶었다.
(나로선 남편은 왜 같이 안 내리나 싶었지만 갓난애기 찬바람 안 쐬게 먼저 가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추측)
우리나라에서는 정말로 보기 드문 풍경이 아닐까?
버스기사가 안 되겠다며 문 닫고 횡하니 가도 야유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테고
자기 아내 내리게 하면서까지 장애인 우선으로 할 남편도 없을 듯.


피같은 돈이 엄청 지출된 하루였지만 볼모의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아른거려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정말 돈만 있으면 독립해서 살고 싶은 욕구가 처절했다는 ㅠ_ㅠ)
그래도 오랜만에 참 즐거운 하루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