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life

정신없던 사흘이 지나 가고 남은 건 허망한 마음에 논리 없는 뇌일 뿐

nobadinosemi. 2009. 5. 27. 20:31



이번 스페인 투어는 정말 최고로 정신이 없던 사흘이었더랬다.


출발하는 날 가트윅 공항에서는 잠시 차를 정차 해 놓고 짐을 내려 건물 안으로 옮기는 사이 경찰이 나타나 당장 차 안 빼면 벌금 150파운드 딱지 끊는다고 눈을 부라리고 협박하는데 운전은 할 줄 모르고 짐 날라주러 간 사람은 안 오고 발 동동 구르며 경찰 아저씨에게 매달렸더니 노려 보며 '돈 터치' 하길래 '미안미안' 또 빌면서 딱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스페인 도착해서는 뭔 놈의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 한 대 없는지 30여분을 넘게 기다려 겨우 택시 잡아 호텔로 이동 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제일 먼저 들려 온 소식은 노대통령 서거 뉴스. 황망한 마음 가눌 길 없어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가
핸드폰으로 인터넷 접속해서 내내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보지만 영어 기사에서는 실시간 속보라던가 자세한 소식을 알 수가 없더라.

노대통령이 돌아가신 것과 전혀 상관없는 스페인이기에 당연히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공연장에 갔더니 조율해야 할 것 산더미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비는 내리 오락가락. 거기다 예정에 없던 공연장 바로 뒤쪽에 위치한 성당에서는 사운드 체크 시간에 결혼식까지 열려 주시고. 비로 인해서 결혼식으로 인해서 이래저래 계속 지연된 사운드 체크는 예정된 시각이 훌쩍 지나서 겨우 마쳤고, 공연복 갈아 입으러 보내 놓고 무대를 지키고 있자니 공연 30분 전 미친듯이 쏟아지는 소나기.

이역 멀리 떨어진 하늘도 슬퍼하는 걸까? 괜한 끼워맞추기를 하며 축축하게 젖은 신발에 열기가 후끈하도록 뛰어다녔더랬다. 곡 순서를 조정하고 사운드 콘솔에 가서 비디오 찍을 준비를 하다 쏟아지는 비에 철수하고 가야금 옮기고 비에 감전된 전선 하나는 퍽 하고 터져 주시고... 끝까지 정신 없었던 5월 23일은 노대통령이 서거하신 날이자 공연팀장의 서른번째 생일이자 나의 마지막 투어 매니저 날.



좌충우돌 마지막 투어가 그렇게만 끝났어도 감사하였을 터인데 영국 이민국이 그래줄 리가 있나?
무슨 악연도 이렇게 질겨 주시는지... 영국 입국 서류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날 가게 될 미국 비자 문제로 이민국에 모두 함께 구류되어 몇 십분을 머물렀다. 아직 한국가는 항공권을 끊지 않은 탓에 가짜로 만든 항공권이라 조회라도 하면 끝장인데 하며 온갖 문제로 머리를 열나게 굴리고 있는데 심사 담당관 중 한 명이 공연팀장과 나를 부르더니 도장 찍어주며 나가랜다 다른 애들은 남겨 놓고... 짐 찾으러 가는 길목에서 계속 안에 남아있는 공연팀이랑 전화 통화 하며 전달 사항 알려 주고 말 맞추고 하는데 결국 다른 심사관이랑 또 한참 설명하고 실랑이하고 구류되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설명하고.. 결론은, 한 명은 24시간만 머무를 수 있는 도장을 다른 이들은 무사히 그렇게 이민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빌.어.먹.을.


휴우.
맨날 뭐가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내고서도 계속 조마조마. 입국 심사대는 잘 통과했는지 또 걱정에 걱정.
지은 죄도 없구만 맨날 이렇게 마음 졸이고 사는게 수월치가 않다.




매일매일 뉴스를 들여다 본다
경호원 관련한 소식들을 보면서 만약 그가 놓치지 않았다거나 빨리 발견했더라면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졌을까?
못난 정치의 희생양처럼 하늘로 가버리셨는데도 불구하고 차마 듣고 싶지 않은 욕된 말들을 버젓이 입에 담는 사람들이 있는데 만약 병원으로 후송되어 살아계신다면 또 어떤 모욕적인 인사들을 귓가에 담으셔서 마음이 문드러지셨을까?


사람이라는게 이렇게 못났다
말 한 마디로 상처 입히는 거 생각도 못 하는 건지 내 주변 사람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고양이 조차도 제 몸에 뭐가 묻으면 열심히 핥아 깨끗이 한다는데 사람씩이나 되어서 제 몸에 묻은 똥은 아랑곳 않고 타인을 향한 비난 일색일 뿐이다. 북한은 죄없는 군중들 폐 입히는 전쟁일랑 일으킬 생각 말고 우물 속에 갇혀 아웅다웅하는 이메가 사단들 데려다 무인도에 뿔뿔이 흩어 놓고 세상의 각기 다양한 의견들을 매일 모아다 보여주면서 시각 넓히는 교육이나 좀 해 주면 좋겠다. 본인의 도량이 얼마나 좁았는지 처절하게 깨달은 후에 돌아와서 선한 정치를 펼쳐 주길 간절히 바랄 뿐. 




무언가 글이 상당히 조잡/난잡 하다.
복잡하게 헝클어진 내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아 그런 걸게다.
뉴몰든에 있다는 분향소에 다녀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