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life

심지어.

nobadinosemi. 2010. 3. 15. 22:17




핸드폰번호도 잘못 기재할만큼 참 가고 싶지 않았던 곳이었구나
라는걸 집으로 돌아와서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새삼 깨달았다.
6426을 6246으로 잘못 적어서 집으로 전화가 왔었단다.
입사지원서에 핸드폰 번호를 잘못 기재하는 마음가짐이라니.;

그냥 너무 마음이 안 가서, 입사지원서 양식이 너무 엉망이어서
요즘 그렇게도 말많은 문광부 산하라는 것이 문화예술위원회의 권위를 축소시키고자 만든 기관이라는 것이
참 마음에 안 들어서 정말 날림으로 적은 자기소개서와 직무계획서로 인해 서류 통과하면 하는 거고 아님 마는 거고 라는
심정이었는데 전화번호까지 잘못 기재했었다니... 정말 가기 싫었던 게로구나.

이메일 접수는 안 받고 우편 및 방문접수만 한다는 곳에 이메일로 입사지원서만 달랑 보내서 경력증명서도 하나 동봉하지 않아서 전화를 받았는데... 참 친절하시기도 하지. 그럼 그냥 마감시간 지나서 냈을 뿐만 아니라, 이메일로 보냈고, 첨부서류 하나 내질 않아서 자격 미달이면 그냥 얜 뭐니? 하며 잘라버렸었도 됐을텐데 뭘 친절하게 전화까지 주시고.. 놀라웠다.

그런데 난 누군가 억지로 등떠밀며 적으란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도 마음이 가지 않는 곳에 원서를 냈던 걸까?
어쩌면 만약에 하는 시덥지 않은 1%의 희망이 남아있었던 걸까? 같지 않은 운명론에 인생을 걸어보았던걸까?
어쩌면 그냥 이 곳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은 탓에 그런 행동을 한 걸지도 모르겠다.
도망가고 싶어서, 이 공간에 머무르는게 힘들어서.
늘 그렇듯 힘들때면 숨어버리고 싶은 도망가고 싶은 그런 마음에.



뭐, 여튼 그러한 입사지원서는 마음 내키지 않음에 따라 대충 행동한 결과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답니다.


그리고 기념으로 맥주 한 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