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일상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들 nobadinosemi.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40)
dailylife (860)
entertainment (38)
scrap (133)
job (0)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5.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공지사항

태그목록

최근에 올라온 글

내가 서 있는 곳

dailylife / 2011. 3. 11. 01:00



이것만 더 하나만 더 하다 보니 어느새 열한시가 훌쩍넘은 밤
경비 아저씨께서 졸리시는지 슬며시 들어와 언제 가느냐 묻는다
금방 갈거예요 대답하고선 또 이것까지만 끝내야지 하다 보니 막차 시간 임박
황급히 짐을 챙겨 나와 가파른 내리막길을 2분만에 주파하니 3분 정도 여유가 있더라

막차라 그런지 불꺼진 버스에 올라타 침침한 눈을 부비며 책을 꺼내든다
피곤할수록 잠은 더 멀어지는 나쁜 버릇

흔들리는 버스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를 안 하게 된 건 대학때 늘 1시간씩 버스를 타면서 생긴 좋은 버릇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또 생각이 많아진다

어째서 이렇게 매일 눈코뜰새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내 삶의 자양분은 무엇일까?
10년 동안 미친듯 한 우물을 파면 10년 후엔 내게도 뭔가 자신감이 묻어나는 전문성이라는게 생길까?
그렇게 하면서 내게서 멀어진 많은 것들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닐텐데 그건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걸까?

아침은 씨리얼, 점심은 햇반, 저녁은 컵라면
그래도 생각해 보니 나름 세 끼니 꼬박 챙겨먹고 있긴 하는거군
복받았다 해야 하나...?

사당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데 
허리가 구십도로 꺾인 할머니 한 분이 장갑을 끼고 쓰레기통을 열심히 뒤적이신다
처음엔 미화할머니려니 했는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었다
쓰레기통 안에서 종이를 주워내고 계시더라
아마 그걸 분리수거해서 갖다 팔면 돈 몇 푼 인심쓰듯 쥐어주는 곳이 있나보다
돈 몇 푼이라...
함부로 폄하하고자 사용한 단어가 아니라 그만큼 쉬이 돈을 써대는 나를 반성하고자 함에 사용한 단어다

객관적 지표로 보아 그 분은 나보다 더 힘듦에 틀림없는데 
나는 왜 그 분만큼 나도 힘들다 생각하고 싶은걸까?
몸이 부서져라 낮과 밤 가리지 않고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무언가 부끄러운데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복잡한 기분이다



공모 심사위원을 선정하느라 업계의 높으신 어른들을 조사하고 이력을 검색하다
문득 부러워졌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는 분야가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럴려면 이렇게 숨쉴틈없이 조여오는 일정들도 다 감당해야 하는 거겠지?

휴우....
정말 모르겠다
이게 과연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건지
제대로 된 삶을 꾸려가고 있는건지에 대한 회의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가운데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도닥인다

그래 언젠가 괜찮은 날이 오기도 하겠지







Posted by nobadinosemi.
, |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