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평생 말하지 못할거야. 그냥 마음에 묻어둘께.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만... 해프닝이었어.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정말 많이 미안해.
이해를 구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네게 들리지 않겠지만... 이렇게 나마 사과할께.
정말 미안.
몇 주간의 피곤한 일상 끝에 정말 체력이 바닥날만큼 바닥난 주말
토요일 하루를 내리 침대밖을 나오지 않고 지냈더니 겨우 회복될 기미가 보였으나
이번 주말까지 꼭 끝내야 하는 일이 눈 앞에 아른거리다 보니 결국 일요일 출근 모드.
그냥 출근하면 될 것을 무언가 맛나는 걸 먹어보겠다는 결심!
달달한 것이 먹고파서 뭐가 좋을까 고민하며 일단 집 앞에서 11-5 버스 탑승-
도넛을 먹기로 결심을 했는데 사당역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사면 될 것을
굳이 이촌역에 있는 도넛플랜트뉴욕시티 마크 크렘블레를 먹어야겠는 고집 -_-
일단 502로 갈아타고 이촌역에 하차해서 마크 크렘블레, 에스프레소 케익, 블랙아웃 등을 사서 다시 지하철 탑승.
근데 이게 또 커피가 있어야 되겠는거지......
홍차로 어떻게 대신 해볼까 궁리했으나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론.
가는 길에 있는 커피가게를 아무리 궁리해봐도 적당한 곳이 없더라.
이촌역에서 충무로역으로 이동한 뒤 다시 경복궁역으로 가는 3호선으로 환승.
카페 디 비베스에서 일리 원두를 사 주시고 회사 바로 앞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림.
봄날이다-
가득했던 잿빛 구름들 다 어디로 가고 옅은 하늘빛이 짙게 깔린 서울 하늘.
공기는 축축하고,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차가운 것이 꼭 영국의 봄날 같아서
괜스레 기분이 또 풍선마냥 두둥실 부풀어 오른다.
지나는 사람들도 예뻐 보이고, 가만히 서 있는 건물들도 그저 정겹게 느껴지는 일요일 오후.
회사까지 1시간 10분이면 되는 것을 2시간 30분이나 걸려 가는 주제에 뭐가 그리 즐거워서
또 혼자 노래를 흥얼흥얼,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서 피식거리고 있다 =_=;
비가 왔다는 걸 유일하게 알려주는 보도블럭 위의 흔적.
현재 일터가 옛날에 이런 도로를 까는 공사를 하던 곳이었다는 이유로
괜스레 저 보도마저 정겨우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거 조금 쉬었다고 금새 이렇게 긍정모드가 되어버렸다.
온통 암흑 천지이던 세상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고, 골치아픈 일들조차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오후
살짝만 비껴가면 아름다운 세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을 뿐이고...
이러니 또 으쓱으쓱 방글방글 웃으며 나는 복받은게야 하고 사는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