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마니아는 이 길로 모인다 ② 술맛 나는 홍대 앞 ‘스카 골목
scrap / 2006. 11. 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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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에 가면 ‘스카’라는 이름의 클럽이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홍대 앞 명소다. 롱런의 이유는 분위기가 ‘오타쿠’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아온 시크한 팝 음악을 줄곧 틀어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놀다 갈 수 있다. 그 옛날 록바, 록카페의 느낌을 고이 간직하고 있어 10년이 지나도 갈 때마다 늘 반갑다.
‘전설(?)의 클럽’으로 운을 뗀 이유는 지금 소개하는 골목이 홍익길이라는 버젓한 이름을 갖고 있음에도 ‘스카 골목’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삼거리 포차 골목’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홍대 앞 마니아 사이에선 여전히 ‘스카 골목’으로 통한다.
골목은 평범하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연립주택 건물 1층과 지하에 약 30개 가량의 가게가 자리한,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골목이다. 그러나 가게 안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홍대 앞을 상징하는 개성 강한 집이 몰려 있다. 몽환적인 조명 아래 칵테일 소주가 촉촉한 맛을 뽐내는 ‘술파는 꽃집’, 마당 한가운데 풀장을 들여놓은 이국풍 카페 ‘360알파’ 등 골목 군데군데가 ‘스타 가게’다. 홍대 앞 다른 골목이 서서히 평범한 유흥가처럼 보편화하고 있다면 이곳은 여전히 ‘홍대 필’로 똘똘 뭉쳤다. 당연히 청춘이 바글거린다. 밥집보다는 술집 위주다. 유독 술맛 당기는 집이 많아 홍대 앞 마니아치고 이 골목에 단골집 하나 안 만들어놓은 사람이 없다. 아지트인 만큼 이 길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오죽하면 이 골목 또 하나의 스타였던 ‘카페 비하인드’가 건물주 횡포(?)로 문을 닫게 되자 대대적인 반대 시위와 불매운동까지 벌였을까. |
현재 톱스타는 ‘리퀴드’다. 근사한 라운지 음악이 흐르고 파란색 벽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예쁜 이곳은 평일 밤에도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편안한 분위기와 음악이 매력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온다는 김은지 씨(24)는 “라운지바라고 하면 럭셔리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일이 많은데 리퀴드는 친구 집에 온 것처럼 편해요”라며 칭찬 일색이다. 레드 와인 칵테일인 샹그리아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2,000cc 피처가 2만원인데 서넛이 모여 마시기에 적당한 양이다. 오후 6시 30분이 지나야 문을 연다. 같은 건물 지하에 있는 ‘적’은 1980~1990년대 가요를 들으면서 편안하게 소주 한잔할 수 있는 선술집이다. 젊은 주인이 직접 안주를 내오는데 솜씨가 아주 괜찮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아 소주 서너 병을 비워가며 ‘안주발’을 세워도 입 안이 마르거나 머리가 아프지 않다. 참치훈제회와 날치알쌈(1만5,000원)이 인기 메뉴인데 홍대 앞에서 참치훈제회를 파는 집은 이 집이 유일하다. 가쓰오부시를 우린 육수에 냄비라면(3,000원)을 끓여주는데 덜어서 먹을 수 있도록 양은냄비 뚜껑을 함께 제공하는 게 재미있다. |
‘16mm’는 이 길에서 가장 오래된 술집. 1990년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16년째다. 쪽지에 노래 제목을 적어서 신청하면 음악을 틀어주는 정겨운 광경이 펼쳐진다. 김광석의 ‘외사랑’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를 따라 부른다. 어울리는 술은 단연 맥주. 서로 아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 함께 “브라보!”를 외칠 수 있는 집이 시내에 몇이나 될까. 생맥주 2,000원, 병맥주 2,500원부터이니 오늘 밤만큼은 당신도 흥건히 취한 존 레넌이 될 수 있다. ‘디-수줍거나 머뭇거리거나 가슴떨리거나’는 빨간 벽돌과 보랏빛 패브릭, 흔들리는 촛불이 삼박자를 이뤘다.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적당히 늘어진 채 마시는 화이트 진판델 한 잔이 황홀함을 극에 달하게 만든다. 홀 중앙에는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벽돌 파티션이 있어 진솔하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이곳에선 와인이 어울린다. 알코올이 싫다면 ‘카페허브’를 시도해 보자. 커피와 민트를 혼합해 맛과 향이 상큼한데 아주 별미다. 우유를 넣은 카페허브라테보다는 카페허브가 민트 향이 더욱 진하다. 4,000~4,500원. |
골목 안쪽에는 힙합 클럽 St.102가 자리한다. 1990년대 중후반에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클럽 ‘언더그라운드’의 자리라 감회가 더욱 새롭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여타의 클럽에 비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토요일 손님에겐 일요일에도 무료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한다. ‘봉추찜닭’은 이 골목 유일의 밥집인데다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 늘 사람이 많다. 그리 넓지 않은 내부에 손님이 꽉 찬 것을 보면 찜닭 시대가 과연 끝난 것인가 의아해진다. 안동찜닭 한 마리를 시켜 놓고 공깃밥을 싹싹 비벼 먹으니 여전히 꿀맛이다. ‘적’은 선술집이다 보니 저녁 9시는 넘어야 손님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최근 밤 늦게 청주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