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타트라인을 지날 때부터 골인 지점이 어떠하리라는 시나리오쯤은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확실히 몸으로 깨우쳤다는 것이 다를 뿐.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리 크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의 문제는 언제나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데 있을지도 모르지만.
몹시나 더운 밤이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왔음에도 한 두 방울 흐르는 땀이란..
열기가 좀체 식을 줄을 모른다.
그래.
나는 오늘 나빴다.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이기적이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믿을거다.
사실 별다른 해답도 없는 문제였으니까, 뭘.
갑자기 냉소적이고 툭툭 내던지는 말투의 까칠한 주인공이 살아있는 소설 한 편이 읽고 싶어졌다.
그런 그의 모습 뒤에 따뜻하고 여린 마음이 숨겨져 있을거라 믿고 싶으며,
또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게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에 스스로를 투영시켜
조금이나마 나를 좋은 사람으로 합리화시키고 싶은 어리석음 때문일게다.
그래봐야 관심 써 줄 이 하나 없음에도 이토록 갈구하는걸 보면
또 다시 결핍된 부분이 생겼음에 틀림없다.
조금만 더 씩씩해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