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재윤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골목길.
사나운 개 세 마리가 나를 에워싸고 짖어댔다.
심하게 겁에 질려 종종 걸음을 치는데 더 빠르게 다가오던 그들.
어흥! 소리 한 번 치고서 열려 있던 남의 빌라 현관으로 뛰어들어가 유리문을 꽝 닫다.
나쁜놈들, 한참을 그 앞에서 짖어대더라.
내가 뭐랬다고 -_-+
사실, 평소에 그 녀석들 집 앞을 지나며 좀 놀리긴 했다.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마구 짖어대는 몹쓸 버릇이 있길래
몇 번 타박을 했을 뿐인데 기억하고 복수를 하러 왔던 걸까?
아아- 진짜 무서웠다.

하루종일 혼자서 놀기!
정말 오랜만에 해 본 것 같아.
그 사이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데 익숙해져서
처음엔 좀 낯설더니
집으로 돌아올 즈음엔 예전의 가벼운 마음을 되찾았다.
그래, 이런 기분이였어. :D
확실한 기분전환.
때로는 이런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

이런게 만성피로인걸까?
툭눈붕어를 닮은 내 눈은 이제 쏟아지기 일보직전.
쉬면서 침도 맞고, 잠도 자고, 자전거도 타고픈데 말야.
기분에 걸맞게 시원스레 쏟아지던 비는 그쳤는데
왜 내 상념들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그치지 않는걸까?
내가 서울시내에서 많이 좋아하는 길 중 하나.
남산도서관에서 하얏트호텔까지.
빗방울에 촉촉히 젖은 노오란 은행잎이 장관이다.
밤의 도시가 이쁜 건 그 곳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