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rain
dailylife / 2007. 11. 18. 00:50

비가 내렸다.
조금 흐리구나 생각은 했지만 비가 올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며 조금만 더 추웠더라면 눈오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스쳐 지난 인사동
여전히 사람들은 많고, 가게마다 활짝 밝혀 놓은 형광등은 어둠을 잡아먹고 있었다.
교보문고를 가던 길이었는데
살짝 고개 돌린 곳에서 마주친 필름포럼.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향했다.

El Camino de los Ingleses
말도 생각도 잃게 만든 영화가 상영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움 그 자체를 던져준다고 해야 할까?
주인공들의 혼돈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되어 스스로도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힘들고
그들의 표정이 곧 내가 가진 표정이 되어버린 듯한.
영화가 끝난지도 한참이 지났고
집에 돌아온지도 몇 시간이 지나는 참에
여전히 꽉 막힌 머리와 가슴이 힘겹다
감동을 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도 아니었지만
그 느낌만은 오래오래 머리속에 남을 것 같은 영화
그냥 그렇게 마음에 드는 영화이다.
내일은 판타스틱 자살소동을 보러갈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