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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

dailylife / 2008. 7. 5. 04:46



네모난 식탁에 열 명이 둥그렇게 둘러 앉았다.
양 옆에 앉은 두 사람이 똑같이 밥을 반 공기 덜어낸다.
똑같이 오가는 숟가락의 움직임이 현란하다.
똑같이 말 한마디 않고 열심히 입으로 음식을 가져간다.
사람의 먹는 행위이다.

그런데,
오른쪽에 앉은 아이에게서 무서운 집념이 느껴진다.
오가는 손목에는 기운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는게 느껴진다.

왼쪽에 앉은 아이에게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적당한 힘이 들어간 손목은 기운차게 숟가락질을 한다.
밥과 반찬을 꼭꼭 맛있게 씹어 삼킨다.

둘의 차이?
거식증에 걸린 사람과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

어쩌면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느껴져 공포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음식을 맛있는 먹거리로 인식하지 않고 씹어서 삼켜야 하는 물질로만 여겨
배가 아우성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대로 밀어넣지.
얼른 삼키되 꼭꼭 씹어야 나중에 토할 때도 편하다는 걸 알고 무의식중에 열심히 이를 부딪히는 모습.
그러고선 모두가 밥 먹고 둘러 앉아 이야기 하는 동안 슬그머니 화장실로 사라져 변기통을 부여잡고 꽥꽥꽥.
내장이 오그라들고 눈은 빠질 것 같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에 타액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

밥 먹는 내내 입맛이 하나도 없었다.
옆에서 무섭게 밥을 먹어대는 이가 있어서...
내 옛날의 모습도 저랬을까?
토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히려 태연하게 더 열심히 숟가락질을 하는 모습.
어차피 토할 거니까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상관이 없는 거지.
아니, 많이 먹으면 토할 때 더 편하니까 더 많이 먹게 되지.
쳐다보지 않아도 온 몸으로 광기가 느껴져서 너무 무서웠다.
나도 저랬겠지?
얼른 밥그릇을 비우고 사무실로 와버렸다.

휴우... 어떻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어서 난감하다.






Posted by nobadinos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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