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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가 본 후.

dailylife / 2011. 6. 15. 00:25


일에 치여 취소를 해야 하나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포기해버리면 두고두고 후회될 것 같아 만사 제쳐 놓고 뛰쳐 나와
공연 시작 시간인  8시 정각, 매표소에서 표를 찾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이 시각, 포기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더불어 지난번 '사천가' 공연을 바쁘다는 핑계로 끝끝내 놓쳐버린 게 너무나도 안타깝다.


판소리가 가진 매력은 D단체에 있던 시절 깨달은 바지만
오늘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우리 판소리가 가진 매력에 대해 탐구해 보고픈 욕구가 생겼다.


몇 해 전, 아르코대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억척 어멈과 그의 자식들'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흥분된 감정,
스스럼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감동.
그에 비해 스스로 주체할 수 없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비록 없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감동과 생각거리들은 충분히 갖게 해 준 공연이었다.
브라보.


이번 공연에서 좋았던 점들을 나열해 보자면

- 마지막까지 억척스러움을 떨치지 못 하는 베르톨트의 본 희곡 속 '억척어멈'과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달리
  이자람의 '억척네'는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삶 속에서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새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점(역시 끝이 밝은 이야기가 좋다, 난.)
- 명작은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끊임없는 각색과 다양한 연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새삼 깨달은 점
- 소리와 몸짓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가 달라지고 구성원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1인극의 매력이 돋보인 점
  (처음으로 깨달았던 건 김성녀 선생님의 '벽 속의 요정'이었다.)
- 구시대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재기 넘치는 대사 덕분에 자연스럽게 극과 동화할 수 있었던 점
-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무대와 조명, 귀를 흐리지 않는 음악, 그 속에 어우러진 박력있는 연기와 구성진 판소리의 완벽한 조화,
  배우의 무대 장악력, 이 전체를 만들어 낸 연출과 배우와 스태프. 



이 모든 좋은 점들로 인해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김순종'이자 '김안나'이며 '억척네'이자 '이자람'이라는 배우와 함께 울고, 웃고, 먹먹한 가슴을 끌어안고 어찌할 줄 모르는 감정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하나 둘 알아가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또 한 번 감사한 하루다.



시간 되시고 기회 되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사랑에 빠져도 사랑이 깨져도 무심히 지나가는 게 시간이라
- '억척가' 대사 중




 
Posted by nobadinos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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