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를 대어 본다.
꿀무리하고 쓸쓸한 날씨 탓이라고.
근데 과연 그럴까?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는 일요일 오후
창경궁으로 발걸음을 옮겼었는데
초록 나무들 사이를 사브작사브작 걷다가
울컥 눈물이 고였더랬다.
그 좋은 곳에서.
너무 좋아서 그랬나? 훗.
아린 마음이 다잡아지질 않아
또 소용도 없는 타로카드 한 번 해보고,
결과가 나쁘지 않음에 스리슬쩍 안도해 보지만,
그야말로 부질없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니까.
입맛이 없다.
뭘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르겠고,
조금만 먹어도 금새 배부르다 신호 보내는
위가 얄밉다.
약이 올라 생각없이 꾸역꾸역 밀어넣어 줄까 하다가
그래봐야 고생하는 건 나지, 라며 멈추기.
왜냐...
봄이니까.
봄인데 우중충해서.
그래서,
그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