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사케 두 잔에 사경을 헤메는 중.
점심시간을 수면시간으로 대체하고서도 잠이 모자라는걸.
a. 백남준 아저씨
회사를 마치고 김서와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나들이를 갔더랬다. 지난번 방문 때 사람이 많아 들어가지 못 했던 백남준 아저씨의 거북이 작품을 드디어 내부에서 볼 기회가 생겨서 들어갔는데 갖고 싶은 골동품들이 거기 다 붙어 있더군. -ㅅ- 올려다 보니 천장에 달린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재미나서 살짝쿵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역시나 흔들흔들~
b. 고요한 아침의 호텔
지난주 A양 덕분에 공짜로 본 [고요한 아침의 호텔]은 무척이나 재미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대화하면서 큰소리 내는 걸 참 싫어라 해서 드라마도 거의 안 보는데 실시간 빵빵한 사운드로 어찌나 소리들을 질러대며 대사를 치던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물론 내용도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셨고... 이래저래 참 시간 아까운 공연이었지만, 심지어 같이 보기로 했던 A양은 늦게 와서 밖에서 기다리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그래도 뭐 좋지 않은 공연 또한 도움은 되는 거니까.
c. 면접
요즘 참 능력자들이 갈 곳이 없나봐.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스펙으로는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만큼 후덜덜한 경력의 소유자들. 되면 좋고 아니어도 그만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갔던 나는 그들의 스펙에 감탄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더랬다. 왜 재단에 오고 싶은걸까? =_=
면접대기실에서는 다들 각계전투를 하고 있었는데 유독 나만 아는 얼굴들이 많아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대기자들이 자꾸 나를 힐끔거리더군. 메타에서 사수였던 언니, 지금 같이 근무하는 언니, 나의 베프 김효, 그리고 예전에 같이 면접을 봤던 듯한 여인과 본부에 근무했던 임시직 남자분까지. 덕분에 나는 기다리는 시간 내내 대기실과 야외를 오가며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더랬다;;; 심지어 밖에서 김효와 마구 떠들다가 안에 다 들리니 목소리 좀 낮추시라고 주의까지 받았단?;
d. 서른, 엄마
고요한 아침의 호텔과 참 비교되게 웰메이드 인형극이었다. 작년에 춘천인형극제 갔을 때 관계자분께서 적극 추천하시며 꼭 보라고 하셔서 늘 마음에 품고만 있다가 이번주까지만 하는 걸 알고 급하게 전화로 예매해서 보게 되었는데(인터넷 예매 가능 시간이 끝나서 전화 문의를 했더니 의외로 3천원 이상 더 싸게 볼 수 있었다는!!! +_+) 평범한 내용을 참 센스있게 풀어낸 연출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더라. 정말 아무것도 아닌 무대장치 몇 개로, 작은 조명 몇 개로 구성을 참 잘했더라구. 뒷자리에 앉은 남자 꼬맹이 두 녀석이 재미없다며 공연 내내 큰 소리로 툴툴대서 좀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참 완성도 높고 괜찮은 공연이었어. 특히, 육아에 서투른 새내기 엄마 아빠들이 보면 참 공감하겠다 싶은 내용이었달까. 마지막 부분에선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없는 나마저도(사실 경험은 이미 10년차지만 -.-) 찡해서 눈물이 슬쩍 고였을 정도니까!
e. 정든집
오랜만에 가보았는데 여전히 꽉꽉 들어차서 시끌벅적. 옆자리에 앉은 언니의 목소리가 정말 열심히 귀기울여야 겨우 알아들을 정도로 시끄러워서 사실 살짝 곤란하긴 했지만... 예전의 그 희뿌연 오뎅국물에서 나오는 김으로 자욱한 느낌은 덜 살더라만 그래도 좋더라구. 정종을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 마시고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수다를 떨고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하며 또 감사해하는 마음도 갖고 그렇게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어. 역시 가족간에 가질 수 있는 끈끈함이라는건 존재하는 듯?!
f. 태극당
아이스크림 모나카는 붕어싸만코보다 달지 않고 맛있었어. 연극을 보고 나와 국립극장 셔틀을 타고 내리니까 바로 앞에 있길래 사러 가는데 언니가 비위생적이라며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다고는 하더라만 뭐 그렇게 따지자면 바깥음식 못 먹지 라며 맘속으로 자기합리화를 한 후 10개 들이 한 상자를 샀다. 물론 언니돈으로! ㅎ 사케를 마신 후 버스를 기다리며 하나를 개봉~
흐음.. 역시 술 마시고 먹는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난 것 같아.
g. 눈 내리는 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뜨니 창 밖으로 세상이 하얗다. 자그마한 눈송이들이 쉴 새없이 떨어지는 걸 보며 봄비여도 참 좋겠단 생각을 하다가 지난번처럼 또 버스들이 남태령을 못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생기며 얼른 출근 준비에 돌입. 랄랄라~ 그냥 기분이 좋아. 우산도 쓰지 않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으며 여기저기 눈내린 풍경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다.
버스에 타자마자 머리에서 물이 뚝뚝뚝뚝 사정없이 떨어지고... 그것마저도 즐거운 나는 살짝 정신줄을 놓은 걸지도? ^^
내일은 매니저님의 휴일!인데 나는 나도 쉬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어. 1시간전까지만해도...
거 참...
내일 밤엔 차로 가득 찬 도로 위 어딘가에서 음악을 들으며 졸고 있겠지? 어둠이 내린 도로 위를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와 길과 가로등을 담는 걸 좋아하는 나는 또 야심차게 사진을 찍어야지! 하며 계획하고 있지만 뭐... 차가 안 밀려야 그런 것도 가능한 거고... 비록 우린 버스전용차로로 내달릴 수 있을테지만 그마저도 대전까지는 꽉 막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고 그러네. 대구에 내려가면 보고픈 얼굴들도 많은데 연휴가 너무 짧구나.
덧.
어떤 집단이 규준을 세우면 그 규준을 위반하는 사람은 집단에 의해 일탈자로 지목당한다. 그러나 규준이 모든 사회 집단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항상 타자에게는 이방인 혹은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
- [다른 곳을 사유하자] 中에서 ... by 니콜 라피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