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바람도 여전히 제법 서늘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봄내음이 묻어나는 날씨에
단장을 하고 밖으로 나가 볼까 생각을 하다
몸이 휴식, 휴식, 휴식!!! 하고 외쳐대는 탓에
그냥 제자리에 주질러 앉고 만다.
잔뜩 어지럽혀진 내 방과 거실을 보면서
그래 저 아이들을 제자리로 모두 돌려보내줘야지
생각하지만 차가운 공기 탓에 엉덩이를 의자로부터 떼어내기가
무척이나 힘겨운 상황이 두 시간째 지속되는 중.
산에 오르고 싶다.
탁 트인 정경이 360도 펼쳐진 곳.
얼마전 다녀온 자하미술관 정도면 좋겠다 싶기도 한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빨래를 세탁기에 우겨 놓고 다라랑다라랑 소리를 기다린다.
무언가 탁탁 털어 햇살 아래 널어놓고 개운한 느낌을 만끽하고파서일까?
고소한 크림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눈을 뜨면서부터 생각해서
냉장고를 뒤적뒤적해보지만 딸기 한 상자와 사과 몇 개 그리고 초콜릿쿠키 2조각을 포함한
그닥 필요하지 않은 식료품 외에는 보이질 않는구나.
풍선보고 들어올 때 생크림과 얇게 조각낸 돼지고기 100g만 사오랠까...
후식은 우유 거품을 뻑뻑하게 낸 진한 카푸치노로.
희안하게도 정말 밖에 나가서 무얼 하고 싶진 않은걸 보니
정말 지치고 피곤하긴 한가보다.
이런 날엔 온 몸이 나가고 싶어 근질근질해야 정상인데.
적어도 나라는 사람한테는 말이다.
우선 나부터 씻고, 내가 머물 공간들도 깨끗이 정리를 해야겠다.
개운함을 끌어안고 느긋하게 뒹굴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