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새벽 네 시까지 술을 미친듯이 붓고도 단체달리기 1등을 거머쥔 문제의 그 날!
저 거리 때문에 홍님께 낙인 찍혀 계주까지 달려야 했던 문제의 그 날!
저녁 아홉시도 되기 전에 깡소주를 한 병 반을 들이키고 진상을 부렸던 문제의 그 날!
나름 페이스 유지해가며 전력 질주한 건 아니었는데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었던 기념비적인 나의 모습 -ㅅ-
나는 못 찾았는데 어느 분께서 친히 찾아 내게 넘기셨다...
심지어 인화도 해 주시겠단다;;;
알고 보면 견고하지도 않은 우습기만할 방패막일지라도 건드려 보지 않은 혹은 못 한 이들은 마치 대단히 두껍고 단단하기라도 한 것처럼 두 세 발짝 떨어져서 툭툭 던져내고는 한다
그런 말에 상처받을 나이도 영향받을 나이도 아니라 생각하지만 역시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잡다구리한 생각들을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만화책에 두 눈을 꽂고 앉았다가 어디쯤 가고 있나 잠시 창 밖으로 눈을 돌린 사이 생각이 치고 들어온다. 나는 계산이 너무 많은게 아닌가 하고...
하잘것 없는 계산이다. 그 계산들로 인하여 흐느꼈던 시간들 지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늘 어쩜 이리도 어리숙하여 그 버릇 버리지 못 하고 있는가 골몰하다 그러니 나인게지하며 스스로를 감싸주고 만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는 행복하지 않다. 많은 말들을 하고 있으나 정말 정녕 내가 하고픈 이야기들은 쌀 한 톨만큼도 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그대들은 낄낄거리며 웃어도 나는 전혀 동조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함께 하는 이유는 싫은건 아니기 때문일까?
솔직하지 않은 내 모습은 익숙하지만 불편하다.
마음껏 즐겁게 웃었던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던 내 머리는 단 한 순간의 솔직함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하늘의 푸르름이 그립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에 두근거려도 속 좁기만한 나는 타고 남은 잿가루 마냥 시커멓기만 하다.
내 핸드폰 약봉지에 담겨 있는 녀석들은 그래도 머지 않은 곳에 산다고 종종 만나서 담소도 나누고 그랬는데 어찌된 것이 요즘은 도통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기가 힘들다. 이렇게 멀어지는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문득 들며 한 켠이 싸하다.
눈을 서너번쯤 깜박하면 서른 하나가 되어 있겠구나 싶은 겨울이다.
추위에 머리가 꽁꽁 얼어붙어도... 그래도 난 겨울이 참 좋은데.
10년쯤 전일까? 인터넷을 방황하다 처음 알았던 southern all stars - tsunami
정확히는 keisuke kuwata의 피아노 연주 버전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사실 솔로가 아니라 밴드이며, 그 밴드 또한 일본에서 한가닥하셨던 유명한 밴드인 줄은 아주 한참 후에야 알았더랬다. 피아노 연주만 있는게 훨씬 좋은데... 넋놓고 버스 한귀퉁이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들으면 참 좋은데... 연주곡을 나누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티스토리가 거부하네. 어쩔 수 없지 뭐. 알아서들 감상하시길.
을 하고 사는가.
어떤 판단을 하고 사는가.
네가 함부로 뱉은 말이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고민은 하고 사는가.
반성을 했다.
종이를 오리면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 내가 또 섣부른 판단을 했구나 하고.
나는 아직 단 한번도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으면서
말투와 외양과 행동과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그 사람을 경계했던거였어.
이런이런 사람이다 하고 이미 구분된 틀 안에 넣어 놓아 버렸지.
우스꽝스럽게도.
부끄러워졌다.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지만, 들리는 줄 알면서도 나누신 대화니까 엿들은 건 아니라며 혼자만의 합리화.
그 분이 그러셨다.
노력해서 좋아하는 것, 관계에 대해 자꾸 의구심이 들고 고민하게 되는 건 인연이 아니라고.
매일 봐도 좋고 보고 싶고 늘 궁금하고 그런 관계여야만 한다고.
나를 위한 충고는 아니었지만 들으면서 일정 부분 공감했달까...
잡념이 많은 가을이란 계절.
푸르른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매일 한강으로 출근을 하다보니 점점 더해지나 봐.
하마네 가족.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든 또 하나의 작품 탄생. 처음 사용해보는 스카치톱이라 제멋대로 잘라지는 탓에 사포로 때깔 내느라 힘들었다. 완성품은 맨들맨들 첫 목공 작품치곤 꽤 그럴싸하다. 욕심 많은 풍선은 몇 시간 동안 돌고래, 코끼리, 코알라 가족 3종 세트를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행님을 꼬셔 신당 사무실로 가서 짐을 빼왔다. 이제 정말 그 곳엔 나의 흔적이 없다. 내 설 자리도 없는데 가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 불편한데 금요일 이후면 더하겠지? ㅎ
그간 어질러 놓은 옷들을 정리하다 문득 방구조를 바꾸고 싶어져서 늦은밤 대대적인 작업에 돌입. 책장을 옮기고 침대를 옮기고 새로 맞을 노트북 자리도 마련하고 마지막으로 시트도 갈아주고 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훌쩍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