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3일 새벽 1시 13분
바이앤에게 보내는 편지.
바이앤,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눈을 떠보니, 창밖에 하늘이 너무나 푸르러서, 너무 기분이 좋아.
너는 아직도 이상한 자세로 자고 있지만.
이렇게 모든것이 상쾌한 날.
나는 오랜만에, 편지를 쓰기로 했어.
물론, 너에게 쓰는 편지야.
과연, 이것이 너에게 전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에게 보내는 편지야.
왜, 평소에 나라면 하지 않을 이런 것을 하고 있냐고.
넌 물어올수도 있겠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따뜻해진 날씨에 기분이 들떠 있을수도 있어.
이유.
하지만, 그 이유로 모든것을 맞추어 가다간, 정작 아무것도
너와 난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생각은 충분히, 너무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해왔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요즘 너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있어.
물론, 고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반드시 진지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야.
어떤 면에선, 쉽게, 아주 유연하게 살아갈 필요성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찌푸린 얼굴은 집어치워.
이렇게 푸르른 하늘에, 그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아.
안녕, 바이앤.
너가 일어났을때,
웃으며 같이 따뜻한 햇살을 맞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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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남에게 보단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구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굿바이 솔로에서 천정면이 했던 대사라는데, 아직 저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없는 걸 보니 뒷 편에 나오나보다.
대학내일 읽다가 발견. 공감 100%.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보단 자책하는게 마음이 더 편하니까.
이제까지의 나는 항상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어떤 점이 다른지를 많이 봐왔던 것 같아.
사람들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을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항상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조마조마해하며 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었지.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하며 지내는게 훨씬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다들 다르지만 같은 점, 또는 비슷한 점들이 아주 조금이라 할지라도 분명히 존재할텐데 그런 점들을 찾는다면 훨씬 더 편하게, 친근하게 잘 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너는 나랑은 다르니까 너와의 관계에선 여기까지가 경계선이야!라는 것보단, 훨씬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것 같아. 공감대 형성, 좋잖아?
미치도록 책이 읽고 싶다. 수업하는 책들도 나쁘진 않지만 그런거 말고 손이 가는 소설책. 중간에 읽는 걸 그만두어야 된다면 무지 화가 날 것 같은 그런 책 말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그냥 책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싶어. 그런데 왜 원하는 책 읽을 시간을 안 주는 거냐구요. ㅠㅠ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절.실.하.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
그 넘쳐나는 에너지를 내게도 좀 나눠줄 수 있을 만한.
밤새 과제를 하고서 아침에 학교 가는 길은 발걸음이 많이 무겁겠지?
무거운 발걸음에, 무거운 책가방을 껴안고서 내일은 무작정 걸어볼란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될지는 알 수 없지.
사실은 미치도록 뛰고 싶은데 말야. 책들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조금 추울지도 모르겠지만 내일은 옷을 얇게 입고서, 책은 어딘가 지하철역 보관함에 맡겨 놓고서
미친 척 두 세 시간쯤 걷다, 뛰다, 그래야지.
봄이야, 정말.
좀 쌍콤하게 살아볼까?
가볍게, 통통 튀면서.
그렇지만 오바는 금물!이란걸 잊지 말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