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부산 '인터플레이(interplay)' 공연 사진
모던 록계의 롱런 스타 밴드, 줄리아 하트의 3집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발매된 지 두 달 가량 흘렀다. 너무나도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기쁨에 쏟은 눈물보다 분해서 울어온 날들이 더 많은' 소녀와, '봄의 첫날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소년, '답을 알면서도 묻는 마음'이 빼곡하다. 더없는 행복과 콩닥거리는 설렘이 가득한 2집 '영원의 단면'보다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좀 덜 팔리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정바비는 어차피 홍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 1집은 그야말로 소년이었어요. 제대로 소년이면, 소녀보다 더 소녀같을 수 있잖아요. 1집 노래 가사 중 '소녀가 아끼는 사탕을 소년이 훔쳤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딱 그런 감수성으로 만들었어요. 2집은 그 소년이 혹은 소녀가 2차 성징을 거치면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 절대절명의 클라이맥스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더랬죠. 그에 비해 3집은 다 필요없다는 결론이에요(웃음)."
거꾸로 이토록 어두워질 수 있는 건, 쓰디쓴 절망과 자책과 완벽에 가까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여전히 젊기 때문이다. 정바비의 말을 빌리자면 '소녀감성'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줄리아 하트의 음악에 대한 공통적인 수식어는 '소녀같아'였다. 그건 말만 한 총각(들)이 간지럽고 달콤하게 소녀처럼 노래한다는 것에 대한 우회적으로 '좀 그렇다'는 표현이었을 수 있다. 정바비 역시 2집 때까지만해도 '소녀 감성'에 어느 정도 저항감과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다른 활동(컨트리 뮤직 밴드 '바비빌'결성을 지칭하는듯)으로 사실 내가 '또라이'라는 걸 보여주려고도 했어요. 이젠 달라요. 4집 타이틀 가제로 '소녀 취향이 뭐가 나쁜가'를 생각중이니까(웃음). 소녀 취향이라 누구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라는 틀안에 소녀 취향이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것도 없지 않나요. 소녀 감성이라는 건 결국 큰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일 뿐이죠. 아이팟을 만든다든가, 전쟁을 일으킨다든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기획한다든가, 그런게 큰 일이죠. 큰 일을 하려면 사소한 일들을 너무나 많이 가지 쳐내야 해요. 하지만 소녀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가지를 절대 쳐버릴 수 없죠. 아니면 오히려 큰 가지를 쳐버리고 말죠. 난 그런 사람인 것 같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긍정의 시간을 거쳤다고 해서, 3집 작업이 썩 수워라거나 유쾌하진 않았다. 기존 멤버 이원열(베이스)과 김경탁(기타), 안태준(드럼)의 탈퇴 후 홀로 남은 정바비는 세션맨으로 에레나(키보드), 정주식(베이스), 노정욱(드럼)과 함께 작업했다. 3집은 6개월 동안 홀로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편곡했고, 녹음 당시에도 키보드와 드럼을 직접 연주하지 않았다 뿐이지 일일이 기타 음을 쳐서 프로그래밍한 뒤 똑같이 쳐달라고 세션맨들에게 부탁했을 만큼, 그의 머릿속에 있던 걸 그대로 옮겨놓은 앨범이었다. 한계라고 느낀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줄리아 하트가 박스 세트 앨범을 출시하게 된다면 꼭 있어야 할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는 3집을 물고 늘어졌다. "1집과 2집을 통해 해보고 싶었던 시도는 크든 작든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갔는데, 그럼 앞으로 어떡할 거냐 생각했을 때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어요. 3집을 통해 감정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끝없이 밑으로, 더 깊이 바닥을 치는 것 외에는 없었죠."
힘겨웠던 3집 작업 때문일까. 그는 4집을 보다 자유롭겍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두운 건 이제 그만, 좀 더 밝은 왈가닥 소녀처럼 유머러스하게, 1980년대 유명 칼럼니스트 신시아 해밀의 신나는 펀치처럼 4집을 진행할 것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직성이 풀렸던 완벽주의도 한결 느슨해질 것이다. 타인의 곡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3분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 같은 제목만 던져준 채 타인의 가사를 받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랩이나 댄스 뮤직도 가능하다(웃음)."
줄리아 하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정바비는 즉시 '미스 초콜릿'을 꼽았다. 하지만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곡을 뭄ㄹ었을 때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힘들게 두 곡을 꼽았다. 2집의 '눈사람들이 떠나고 나면'과 3집의 '한겨울의 천둥처럼'. 특이한 건 정바비는 시간 순서대로 그때마다의 느낌과 사건들에 충실해 앨범을 만드는 게 아니라 10년 전부터 작성한 음악 라이브러리 내에서 하나의 앨범으로 일관되겍 엮을 수 있는 곡들을 묶는다고 했다(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앨범을 '시간이 흐르면서 성숙해진다'의 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소리다). "그 중에서도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잡는게 제일 중요하다." 그는 디지털 음원이 아닌 앨범을 사서 듣는 이들을 위해, '그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좀 더 나은 구성의 결과물, 이를테면 정본의 개념'으로 앨범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줄리아 하트의 앨범을 구입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한겨울에 때때로 치는 천둥처럼, 이 별나게 고집스러우면서도 달콤한 뮤지션이 선사하는 아주 드문 정서의 단면들을 이미 목격했을테니.
글 김용언(칼럼니스트) 에디터 손혜영
출처 : Marie Claire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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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3집 마지막 공연에서 3집 곡을 하나도 못 들었다는게 억울하다.
그렇다고 부산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4집 빨리 내고 싶어 3집을 서둘러 냈다는 바비의 말을 믿으며 4집 발매일만 손꼽아 기다려야 하나? ㅋ
기타치는 손에 홀딱 반해서 두근두근.
이제까지 본 기타리스트 손 중에서 바비 손이 제일 예쁘다.+_+
벌써부터 12월에 있을 폴 공연 기대 중.
돈 모아야겠다.
작년처럼 3일 하는 것 같던데 그럼 이번에도 12월 31일 부산에서 공연 하려나?
아아아아- 완전 좋아! ㅠㅠ
어제는 클럽엘 못 가서 진정으로 아쉬웠다.
그러나 이젠 체력이 안 되는듯.
더군다나 그 전날 3시간여밖에 못 잔 탓에 감당이 안 되더라 -.-
할로윈데이에 클럽을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내년을 기약해야지!
아줌마, 내년엔 꼭 가자! 의상을 제대로 갖춰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