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
마른 장작에 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지펴 놓고 그 후는 없는.
싱겁다.
그런 인연이라니.
우습게도 불쏘시개에 붙인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마른 장작이 활활 타올라 숯더미가 되어 오래오래 가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작은 성냥개비처럼 언제든 조금의 규조토만 있으면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쥐고 구겨버렸다.
온전한 나로 남기 위해서.
언젠가 소리내어 말하고 싶었다.
너네는 내가 그렇게 우습고 만만하니? 라고.
뭐, 이런 글을 썼다고 또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들 말기를.
그냥 겨울 바람이 살갗을 스치니까 센치한 기분에 괜히 끄적거리고 싶어졌을 뿐이니까.
그대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만족시켜줄 새로운 이야기같은건 미안스럽게도 없으니까.
일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점.점.더.점.점.더.폭.풍.이.거.세.지.고.있.다.
계획안/공모/계약/심사/구매/평가/결과보고/협조/검수.
이런 녀석들이 비명의 협주곡이 되어 앞으로 넉달간 끊임없이 반복될 예정이다.
그런고로 이번 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초록 나무와 푸른 강물에 둘러싸여 휴식해야지.
잡아 놓은 특휴 날짜가 너무 늦은거 아니냐며, 그 땐 절대 못 쉴거라며, 다들 빨리 써버리라 한다.
그렇지, 그게 내 맘대로 된다면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르튼 입술에서 피맛이 났다.
문득 우리 친구 부르터쓰양이 생각났다. 잘 살고 있겠지?
1년 365일 입술이 부르터 있는 우리친구. 공무원 생활이 쉽진 않겠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져 태가 날테지.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친구 동구청그녀도 생각나고 곧 애기엄마가 될 양배추양도 생각나고 또 그러다 보니 황금오리도 생각났어.
별명 지어주며 낄낄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다들 애기엄마가 되어서는 양육에 하루하루 바쁘다니...
내 핸드폰 약봉지에 담겨 있는 녀석들은 그래도 머지 않은 곳에 산다고 종종 만나서 담소도 나누고 그랬는데 어찌된 것이 요즘은 도통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기가 힘들다. 이렇게 멀어지는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문득 들며 한 켠이 싸하다.
눈을 서너번쯤 깜박하면 서른 하나가 되어 있겠구나 싶은 겨울이다.
추위에 머리가 꽁꽁 얼어붙어도... 그래도 난 겨울이 참 좋은데.
10년쯤 전일까? 인터넷을 방황하다 처음 알았던 southern all stars - tsunami
정확히는 keisuke kuwata의 피아노 연주 버전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사실 솔로가 아니라 밴드이며, 그 밴드 또한 일본에서 한가닥하셨던 유명한 밴드인 줄은 아주 한참 후에야 알았더랬다. 피아노 연주만 있는게 훨씬 좋은데... 넋놓고 버스 한귀퉁이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들으면 참 좋은데... 연주곡을 나누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티스토리가 거부하네. 어쩔 수 없지 뭐. 알아서들 감상하시길.